발행: 2025-04-05수정: 2025-04-05

Buy American. I Am

주의

본 내용은 워렌 버핏의 2008년 뉴욕타임즈 기고문을 번역한 내용입니다.

현재 미국을 포함해 전 세계 금융 시장은 아수라장이다. 금융권이 겪고 있는 문제는 이미 전체 경제로 파급되기 시작했고, 그 작은 구멍은 이제 커다란 물줄기로 터져나오기 직전이다. 단기적으로는 실업률이 상승할 것이고 기업 활동도 위축될 것이며, 언론의 헤드라인은 계속해서 우리의 마음을 불안하게 만들 전망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지금 미국 주식을 사고 있다. 내가 여기서 말하는 것은 순전히 내 개인 계좌에 관한 이야기이며, 기존에는 그저 미국 정부 채권만을 보유하고 있었을 뿐이다. (내가 보유한 버크셔 해서웨이 지분은 전부 자선활동에 기부될 것이므로 이 글에서는 논외로 하겠다.) 만일 앞으로 주식 가격이 계속 매력적인 수준을 유지한다면, 내 버크셔 해서웨이 외 개인 순자산의 100%가 곧 미국 주식으로 채워지게 될 것이다.

그 이유가 무엇인가?

나는 아주 간단한 원칙을 따라 투자한다. "남들이 탐욕스러울 때는 두려워하고, 남들이 두려워할 때 탐욕스럽게 행동하라"는 것이다. 지금 분명한 사실 하나는 공포가 만연해 있다는 점이고, 심지어 베테랑 투자자들마저도 그 공포에 사로잡히고 있다. 물론 투자자들이 높은 부채를 떠안은 기업이나 경쟁력이 취약한 기업에 대해 조심스러운 태도를 가지는 것은 일리가 있다. 그러나 미국 내 수많은 탄탄한 기업들의 장기 성장 가능성에 대한 지금의 공포는 전혀 이성적이지 않다. 이러한 좋은 기업들이 앞으로 일정기간 실적 부진을 겪으리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이들은 5년, 10년, 나아가 20년 후 지금과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더 높은 이익 수준을 기록하게 될 것이다.

한 가지 명확히 할 것이 있다. 나는 주식시장의 단기적 가격 흐름을 예측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 솔직히 앞으로 한 달 뒤 혹은 1년 뒤 주가가 지금보다 오를지 내릴지 전혀 알지 못한다. 하지만 거의 확실한 것은 주식시장이 감정이나 경제 상황이 나아지기도 전에 먼저 상승으로 돌아서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봄이 왔다고 믿을 만한 증거를 확인하려고 철새가 오는 것을 기다리다 보면, 실제 봄은 이미 끝나 있을 것이다.

조금 과거의 사례를 돌아보자. 대공황 당시, 다우지수는 1932년 7월 8일 역사적인 저점인 41포인트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상황 자체는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취임했던 1933년 3월까지 계속 악화되었다. 하지만 경제가 여전히 내리막이던 시점에도 주식 시장은 이미 저점으로부터 30퍼센트 이상 상승한 뒤였다. 또한 제2차 세계대전 초기에도, 유럽과 태평양 전장에서 미국이 고전을 면치 못하던 1942년 4월에 주식 시장은 저점을 찍었으며, 이는 전황이 호전되기보다 훨씬 전의 일이다. 1980년대 초반을 다시 생각해도, 주식을 사야 할 가장 좋은 시점은 인플레이션이 통제불능으로 치닫고 경기가 바닥을 치던 바로 그 때였다. 즉 한 마디로, 투자자에게 나쁜 소식이야말로 최고의 친구인 셈이다. 나쁜 소식 덕분에 투자자는 미국의 밝은 미래를 할인된 가격으로 살 수 있는 기회를 얻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보면 주식시장 소식은 언제나 좋게 끝난다. 20세기 동안에 미국은 두 차례의 세계 대전과 그 외 수많은 고통스럽고 비용이 큰 군사 충돌, 대공황, 수십 차례의 경기침체와 금융위기, 석유 파동, 전염병 창궐, 심지어 한 대통령의 불명예스러운 사임까지 겪었지만, 같은 기간에 다우지수는 66에서 11,497까지 상승하였다.

당신은 이처럼 엄청난 상승을 경험한 한 세기 동안 주식 투자로 손해를 보는 것이 오히려 불가능했으리라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실제로 손실을 본 투자자들도 있다. 그들은 오직 자신들이 시장에 들어설 때 비로소 편안함을 느꼈던 시점에만 매수했고, 헤드라인 뉴스가 불안감을 조장할 때마다 주식을 내다팔았던 불운한 투자자들이었다.

오늘날 현금성 자산을 들고 있는 사람들은 편안함을 느낀다. 하지만 편안해선 안 된다. 그들은 장기적으로 아주 끔찍한 자산을 선택한 것이다. 이 자산은 사실상 아무 수익도 가져다주지 못하며 시간이 갈수록 그 가치가 필연적으로 하락할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가 추진할 정책들은 결국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현금성 자산의 실질 가치를 더욱 빠르게 떨어뜨릴 것이 뻔하다.

앞으로의 10년을 내다본다면 주식이 현금을 승리할 거의 확실한 자산이며, 아마도 상당히 큰 차이로 앞설 것이다. 현재 현금을 고집하는 투자자들은 나중에 자신들이 정확히 최적의 시점에 이를 빠져나와서 주식으로 다시 전환할 수 있다고 믿고 베팅하고 있는 셈이다. 이들이 좋은 소식이 들릴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생각은 유명한 아이스하키 선수 웨인 그레츠키의 현명한 충고를 완전히 등한시하는 것이다. "나는 퍽이 이미 지나간 곳이 아니라 앞으로 향할 곳으로 움직인다."

나는 주식 시장에 대해 논평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앞서 말했듯이 단기적으로 시장이 어떻게 움직일지 나도 전혀 모른다. 그럼에도 나는 빈 은행 건물에서 문을 연 어느 음식점이 광고지에 써 놓은 표현을 빌려 이렇게 말하고자 한다.

돈이 있던 자리에 입을 가져다 대십시오.

오늘 내가 내 돈과 내 입을 함께 얹는 자리는 바로 주식이다.


토픽: 하락장,리먼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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